유학자의 동물원, 족제비
link    2021-04-18
족제비 이야기

군도감에, 장맛비가 깨끗하게 개자 큰 구렁이가 창고 옆의 족제비 구멍으로 들어가 그 새끼를 삼키고는
배가 불러서는 뜰에 나와 있었다.
잠시 후 족제비 암수가 급히 나와서 구렁이 앞에다 번갈아 땅을 파는데 그 길이가 매우 길어 홈통 같았다.
또 그 양끝에다 구멍을 파되 깊이는 암수가 각각 꼬리로 부터 주둥이까지의 길이와 같게 하였다.
구렁이가 드디어 구불구불 기어서 땅 판 곳으로 들어갔는데 , 머리로부터 몸 끝까지 꼭 끼어
빈틈이 없이 들어 맞았다.
잠시 후 구렁이는 몸 양 끝을 움직이지 못하고 드디어는 죽고 말았다.
아마도 족제비 두 마리가 몰래 깨물었기 때문에 죽은 것 같다.
족제비들이 나와 배를 가르니 네마리 세끼 족제비가 죽어 있었는데 몸에는 다친 데가 없었다.
꺼내어 깨끗한 땅에 누이고, 암수가 번갈아 콩잎과 계장초를 물고 왔다.
먼저 콩잎을 펴서 새끼들 밑에 깔고 계장초를 꽤 두껍게 덮었다.
그러고 나서 암수는 각기 양쪽에서 주둥이를 잎사귀속에 묻고 입김을 부니 새끼들이 꿈클거리며 살아났다.
전에 나는 족제비를 잡아다 때릴적에 여러 족제비들이 사방에서 모여 힘을 다해 그 위급함을 이겨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족제비는 유선형의 긴 몸과 짧은 다리, 동그란 얼굴이라는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꽤나 맹렬한
사냥꾼이다.
육식동물중 가장 작은 종이지만 사냥할 때의 집요함과 대담함은 사자나 호랑이보다 더하다.
주로 쥐들이 파놓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 쥐를 잡아 먹지만 자기보다 몸집이 큰 설치류, 토끼, 새. 뱀까지
사냥하기도 한다.
족제비는 한번 새를 물면 새가 공중을 날아올라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턱의 힘이 세고 사납다.
게다가 나무타기, 수영하기 등등 가진 재주도 많다.
사냥감을 제압할 때도 한번에 목을 물어 숨을 끊어 놓는 정확함도 가졌다.
또 족제비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설치한 함정에 한번 걸리더라도 , 두번째 똑같은 함정을 만났을 때
이를 알아채고 피해갈 정도로 똑똑하다.

족제비는 쥐가 파놓은 땅굴을 찾아 들어가는데 능하지만,직접 땅굴을 파지 않는다.
족제비가 주거하는 곳은 땅굴, 사람이 만든 창과, 나무뿌리의 구멍 등 다양한데 땅굴을 주거지로 정했을 경우 ,
족제비는 쥐가 파놓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 쥐들을 죽이고 땅굴을 점거한다.
구렁이 역시 땅굴을 판다.
땅굴 생활에 익숙하다는 것이 족제비와 구렁이의 공통점이다.
둘다 유선형의 길죽한 몸체를 지녔기 때문이다.
한국 족제비는 맹독을 지닌 뱀도 사냥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상의 사실로 보았을 때, 족제비가 땅을 판것이 아니라 이미 파여진 땅굴로 구렁이를 유인한 것에서
위의 족제비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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